우산을 받친 임산부의 하염없는 기다림. 녹아내린 양초와 촛대를 감은 쇠사슬. 明心寶鑑 문구가 가득하게 새겨진 木刻기둥……
8일부터 한마음회관(울산 전하동)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조각전의 주인공 金在英(김재영·46세)씨는 30년여 木工을 업으로 삼아온 40대 회사원으로 그동안 生業을 통해 다듬은 손재주를 이제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것입니다.
現代重工業(代表:趙忠彙) 住宅運營部 목공반에서 근무하는 金氏는 先人들의 深奧한 세상철학을 목각작품에 담는 작업을 5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의 주제는 우리사회가 잃어버린 '道德性'의 회복. 소나무,아카시아목 등 값싼 소재에다 니스칠만 한 투박한 작품이지만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하는 힘을 담고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고,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가 하면 자기의 작은 이익을 위해 남을 궁지에 몰아넣는 각박한 世態를 선조들의 거룩한 가르침으로 순화시키고자하는 것이 그가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깎고 만드는데 남다른 손재주를 가졌었습니다. 한때 1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가구점을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가난 때문에 이루지 못한 배움의 恨과 나무에 대한 애착을 예술혼으로 승화시킨것입니다.
고향 陜川의 가구점을 정리하고 現代重工業에 입사한 것은 지난 78년. 지금도 목공을 천직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그가 남이 알아주지도 않고, 보상도 없는 창작활동을 시작한 것은 5년 전부터입니다.
"불현 듯 세상 돌아가는 것이 실타래 얽힌 것 같이 느껴졌고, 도리에 어긋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 싶었지만 배운게 없어서…… 밝은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제 작품이 조그만 몫을 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그는 작품속에 孝, 藝, 犧牲, 奉仕 등 세상사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진리를 새겨넣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것 중 『기다림』이란 작품은 우산을 쓴 임산부가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중 하나가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급증과 다툼, 거짓과 배신, 이런 것들이 기다릴 줄 모르고 앞서가려하는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지요" 라고 말했습니다.
작품『犧牲』은 쇠사슬에 감겨 몸이 휘어진 양초에서 찬란한 불꽃이 피어오르는 形象을 표현했습니다. 촛불은 眞理를, 쇠사슬은 抑壓과 墮落으로의 유혹을 뜻한다 합니다.
고단한 생활이 心身을 짓눌러와도 자기 몸을 녹여 세상을 밝히는 불꽃처럼, 남을 위해 흔들림없이 베푸는 삶. 이것은 그가 세상을 향해 던치는 외침입니다.
"작품은 불만투성이지만 생활에는 만족합니다" 퇴근 후 그는 밤을 새워 작업을 하곤합니다. 밤 9시부터 칼을 잡아 밤을 샌 적도 많았다고 합니다.
합천에서 초등학교만 마쳤지만 그는 선친이 남겨준 올곧은 생각과 집안에서 틈틈이 익힌 한학에서 나온 동양적 진리를 생활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는 작품을 팔지 않는다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것 만으로 만족하기때문입니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도 원하는 사람에게는 후원금을 받아 전액 불우이웃을 위해 쓰기로 했습니다.
김씨는 작은 것에도 큰 만족을 느끼며 사는 세상,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세상이 빨리 올 수 있다면 수고를 아끼지 않겠다며 굳은 살과 물집이 가득한 손을 펼쳐 보입니다.